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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키우기

4편: 깻잎 이삿날 - 수경재배 2호점 오픈

by 거실농부 2026. 6. 21.

거실 농부의 큰 그림

새로운 수경재배기를 들이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머릿속은 행복한 고민으로 가득 찼습니다.
화분이 크다 보니 뭔가 거대한 아이들을 심어야 할 것 같은 묘한 의무감이 들었거든요.
그 순간부터 검색창은 쉴 새가 없었습니다.

딸기를 심어볼까? 방울토마토는 어떨까? 욕심을 부리면 블루베리까지도?
혼자 신이 나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습니다.

이 수경재배기는 그냥 취미용 장식이 아니라 전기세와 양액값이 매달 들어가는 ‘운영 중인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매달 비용이 들어간다면, 결국 ‘우리 집에 진짜 필요한 것’을 심는 게 정답이라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나만의 거실 농장 라인업

치열한 고민 끝에 결정한 2호점의 입주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깻잎 3칸 - 못 구하는 건 직접 키운다

이포에서는 깻잎 자체를 사 먹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깻잎 한 봉지 때문에 쿠알라룸푸르나 페낭까지 다녀올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가성비를 따지자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작물을 직접 키우는 것만큼 효율적인 선택은 없었습니다.

깻잎이 잘 자라 잎을 따 먹을 수 있는 시점이 오면, 세 칸 정도는 있어야 가족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깻잎 3칸은 고민 없이 확정되었습니다.


🎉케일 2칸 - 아이들 위한 무농약 욕심

케일을 떠올린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우연히 케일과 사과, 당근을 갈아먹으면 아이들 성장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농약 걱정 없는 케일로 아침마다 주스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케일을 알아보면서 두 가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깻잎처럼 위로 잘 자라는 식물인지, 그리고 벌레가 좋아해서 농약을 많이 쓴다는 말이 사실인지였습니다.

🌱케일, 정말 깻잎처럼 위로 잘 자랄까?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어린 케일은 깻잎처럼 줄기를 세우며 자라기보다, 옆으로 퍼지는 로제트 형태로 시작합니다. 다만 아래쪽 잎을 계속 따 먹는 방식으로 오래 키우면, 줄기가 점점 길어지면서 결국 위로 자라는 모양이 됩니다. “처음부터 위로 큰다”가 아니라 “오래 키우면 점점 위로 길어진다”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케일은 정말 농약을 많이 쓰는 작물일까?
결과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해외 환경단체의 최근 농산물 잔류농약 조사에서 케일류는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만 “벌레가 영양가를 알아보고 좋아한다”는 설명은 민간속설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배추과 작물 특유의 성분이 특정 해충을 끌어들이는 신호로 작용해서, 깨끗한 외관을 유지하려면 농약을 자주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더 정확한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무농약으로 직접 키운 케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선택지라는 결론은 그대로 유효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케일은 가성비보다 ‘건강한 안심’이라는 가치를 보고 2칸을 배정했습니다.

🎉페퍼민트 1칸 - 뜻밖의 동거인

마지막 한 칸은 사실 제가 고른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씨 심기에서 발아가 잘 안 되던 배지들을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씨앗을 다시 심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페퍼민트를 심어뒀던 자리를 까맣게 잊고, 그 위에 깻잎 씨앗을 또 심어버렸습니다.

며칠 뒤, 기다리던 깻잎 떡잎 대신 작고 동글동글한 잎이 올라왔습니다.

다름 아닌 페퍼민트였습니다.
마침 저는 물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사람입니다.

오래된 습관이라 그냥 물만 마시라고 하면 솔직히 못 지킬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페퍼민트차는 카페인이 없는 허브차라는 걸 알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커피를 완전히 끊는 대신 한 잔이라도 페퍼민트차로 바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뜻밖의 손님을 그대로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깻잎 3칸, 케일 2칸, 페퍼민트 1칸으로 거실농장 2호의 큰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깻잎 1호, 2호야 이사 가보자

수경재배기 위로 자란 깻잎 잎은 물론 컸지만, 뿌리를 직접 꺼내보고는 정말 놀랐습니다.

깻잎 1호 이사가기
깻잎 1호의 어마어마한 뿌리

생각보다 뿌리가 훨씬 풍성하게 자라 있었거든요. 혹시라도 뿌리가 끊어질까 싶어, 포트에서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이식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
뿌리가 많이 자란 식물을 옮길 때는 한 번에 힘으로 빼지 않고, 배지와 포트 사이에 약간의 틈을 만들어 천천히 분리하는 것이 뿌리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잔뿌리가 끊어지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새 환경에 적응하며 다시 자라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조심조심 1호를 무사히 꺼냈습니다. 2호는 1호만큼 크게 자란 상태가 아니어서 뿌리는 한결 수월하게 분리됐습니다. 같은 날 심었는데도 이렇게 자라는 속도가 다르다는 게 새삼 신기했습니다.

깻잎 2호 이사가기
깻잎2호 새집에 이식 시키기


새 집 입주, 2호점 오픈

하이드로볼 위에 자리를 잡아주는 순간, 묘하게 마음이 놓였습니다.

깻잎 1호 새집에 이식 중
깻잎1호 이사 후 모습
깻잎2호 이사 후 모습


작은 재배기에서 옹기종기 붙어 있던 모습과 달리, 넉넉한 공간이 생겼으니까요.
조명을 맞춰 켜고 나니 그제야 진짜 ‘2호점 오픈’이라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축 수경재배기 2호 오픈🎉

작은 화분 하나가 거실 한편에 들어왔을 뿐인데, 왠지 거실 전체가 조금 더 푸르러진 느낌이었습니다.

👩🏻‍🌾 오늘의 거실 농부 정리 👩🏻‍🌾
• 가성비를 따질 때는 ‘구할 수 없는 것(깻잎)’, ‘안심하고 먹을 것(케일)’, ’ 습관을 바꿀 것(페퍼민트)’처럼 작물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게 더 합리적
• 케일은 오래 키울수록 점점 위로 자라는 식물이며, 무농약 재배가 특히 의미 있는 작물
• 뿌리가 많이 자란 식물은 천천히 틈을 만들어가며 분리하면 손상을 줄일 수 있음
• 가끔은 의도치 않게 자란 ‘깜짝 손님’이 가장 마음에 드는 식구가 되기도 함

1호와 2호는 이제 더 넓은 새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케일과 페퍼민트, 그리고 깻잎 3호가 이 자리에 하나씩 입주하는 모습을 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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